애니메이션의 영향력
작년에 나온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셀러의 계보가 <스즈메의 문단속>, <봇치 더 록!>, <최애의 아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애의 아이>는 전권이 교보문고 베스트에 들어갔고, 특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5월 종합 베스트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영향력이 강합니다.
(출처: 교보문고 5월 북트랜드)
드라마 강국, 대본집 열풍
드라마에 쓰인 대사를 그대로 옮긴 대본집도 인기입니다. 작년에 방영했던 <나의 해방일지>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대본집이 출간되었고, 최근 종영한 <나쁜 엄마>도 예약 판매를 받고 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영화 각본 사상 종합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에 가장 오래 머무른 데 이어 스토리보드북까지 발간되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작품이 인기리에 종영되면 대본집으로 출간되는 것이 하나의 루트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넓어지는 감상의 폭
이미 영상으로 인기를 끈 작품들을 책으로 다시 읽는 이유는 아마 곱씹고 싶은 마음 때문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한 작품을 여러 번 접하면서 매체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며 더 깊고 넓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미디어셀러의 매력입니다. 또한 영상물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미 검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책을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책 자체의 영향력 축소
사람들은 마치 굿즈나 오브제처럼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선택합니다. 특히 대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대본집의 경우 이런 경향이 강하고요. 하지만 구매율이 늘었다고 실제 독서율도 늘어났는지는 알 수 없고, 이렇게 책이 다른 부가 상품들처럼 소비된다면 책 자체의 영향력은 줄어든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꼭 영상화된 작품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TV를 통해 비춰진 책이나, 미디어에 나와 이슈가 된 인물의 책이 갑자기 유행한다는 것은 콘텐츠 자체보다 광고나 미디어 인기에 편승한 결과, 즉 유명 프로그램이나 인물의 굿즈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용성을 고려한 상품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굿즈는 상품 자체의 실용적 기능으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책의 실용적 가치’는 글을 읽고 생각이나 감상을 얻는 일인데, 책이 굿즈가 된다면 이 기능이 떨어지겠죠. 책이 가진 힘(특징)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영화, 드라마의 인기에 ‘더불어’, 상승세 ‘덕분’이라는 말로 소개되는 것을 보면 이 특징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에디터 think
- 판매량 급감 이어 영상매체 종속
- TV의 부록 혹은 파생상품으로 전락
- 독자가 ‘매개물’ 없이 책 만나야
(출처: 신동아 2015년 3월호, 정해윤 시사평론가)
6월호 주제를 잡고 찾아본 칼럼의 전문입니다. 2015년도에 나온 글로, 미디어셀러와 스크린셀러 인기를 향한 우려를 담고 있는데요. 지금 미디어셀러는 다시한번 출판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작아지는 시장에서 단비같은 기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경향, 하나의 카테고리가 된 게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책 자체가 부가적인 상품처럼 소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매거진 주제도 ‘장서의 균형화’였듯이, 다양한 작품들이 골고루 활성화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으려면 ‘매개물’ 없이 책을 고르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책이 영상화되는 것을 지켜보고,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