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간결한 주제
한 가지 소주제를 다룬 비문학 책들도 많아졌습니다.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유유출판사의 책들이 대표적인데요. 슬로건에 맞게 『문학책 만드는 법』, 『내 마음 공부하는 법』처럼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인문교양도서들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공부를 돕기 위해 읽기 편한 분량의 책들로 진입장벽을 낮춘 세심한 기획이 돋보입니다.
‘딴딴’ 시리즈와 ‘아무튼’ 시리즈는 한 가지 소주제를 한 권의 에세이로 만들어 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책의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 또는 전업 작가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들에는 주제에 관한 전문 지식보다는 보통사람으로서 꾸준히 활동하며 얻은 성찰이 주를 이룹니다. 이처럼 책에서 담고 있는 주제와 내용이 예전보다 간략해진 덕에 책의 분량도 그에 맞춰 간소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적플롯, 외적플롯?
최근 심심찮게 도서들의 외적플롯이 약해지고 내적플롯이 강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 또한 우리가 읽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적플롯에 집중된 소설들에서는 모험담 같은 사건 전개보다는 비교적 단순한 플롯 속에서 소수 캐릭터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내러티브나 세계관을 주의해서 봐야 하는 소설에 비해 금방 집중할 수 있고, 읽던 중에 흐름을 놓치더라도 다시 몰입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책을 고르는 방법
근무시간은 과거에 비해 줄었는데도 이렇게 얇고 작은 책들을 선호하게 된 것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많아진 탓도 있는 듯합니다. 달마다 쏟아지는 책들은 너무 많은데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 고를 여유가 없는 것이죠. 한 가지에 오랫동안 깊게 몰입하기보다 다른 책들이 이렇게도 많으니 ‘이건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싶으면 얼른 넘어가고, 아니면 애초부터 더 빨리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된 건 아닐까요? OTT 서비스의 발전도, 한 가지 소재를 다루는 비문학,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 단편집들도 이런 다양한 이유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현상이 어떤 것이든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현상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트렌드들이 또 우리 책읽기에, 삶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이끌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삼시옷 쇼트 매거진을 통해 과거에 비해 책읽기가 어떻게 변화했을지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