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비문학
지구를 지키고자 스스로 매일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나, 비문학 작품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삼시옷 채널에서 최근 『지구를 살리는 옷장』을 리뷰했었는데요. 이를 비롯해 『제로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아무튼 비건』과 같은 책들로 직접 정보를 얻고, 행동 동기를 부여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제가 조금씩 달라 보여도 ‘기후위기’는 우리가 지구를 소모한 결과이기 때문에 비건, 제로웨이스트 등도 모두 같은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문학은 어떨까요?
기후소설로 보는 지구
베스트셀러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은 SF소설로 유명합니다. 배경을 자세히 보면 기후위기로 종말이 온 지구를 그린 소설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진보하고 있는 기술이 AI의 발전과 우주 탐험을 상상하게 하는 한편, 종말로 이어지는 것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SF소설이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후, ‘기후소설’도 강한 주제성을 갖게 된 것이죠.
정세랑 작가의 『목소리를 드릴게요』도 미래세대들이 바라본 지금의 지구를 그로테스크하다고 표현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던집니다. 규칙들에 끝내 합의하지 못하고, 파국이 번복되고야 마는 현실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파피용』을 통해 볼 수도 있습니다.
비판이 비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
예술이 비판이 비판 대상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
혹은 그러한 비판의 내용 자체가 자본주의 문화 상품의 클리셰이자
유망한 콘텐츠가 되어버린 것 등을 말이다
(곽형덕_해방이후 오끼나와를 둘러싼 차이와 어긋남의 기원_창비 2022 여름호 p.460)
어떻게 하면 이 생각과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문학 작품들이 쓰였을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스터에그도 잘 찾아내 해석하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성차별도, 편견도 이제는 잘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라는 주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매거진에 나온 작품들은 한 번씩 들어보신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주제로 한데 모아보니 그저 재미있게 보기만 했던 이야기들이 모두 우리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은 문학이 문학의 몸을 빌려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외면하고, 현실과 분리하는 것에 한몫합니다. 분명 기후와 관련된 작품들이, 그것도 잘 만들어진 작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제작자의 역할만큼이나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있는 것 아닐까요?
오늘 매거진을 통해 우리가 보던 것들에서 ‘기후위기’라는 주제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